왜 분명 실수라는 걸 알면서도 또다시 반복하게 될까요?
이 질문은 누구나 한 번쯤 스스로에게 던져봤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결심했지만 야식을 또 먹고, 사람을 잘 믿지 말자 다짐했지만 또 속고, ‘이번엔 다르겠지’라며 같은 패턴에 빠지는 등. 이 반복되는 실수의 이면에는 단순한 ‘의지 부족’이 아닌, 뇌의 작동 방식이 있습니다.
뇌는 본질적으로 효율을 추구하는 기관입니다. 한 번 경험한 행동이 익숙하거나, 과거에 큰 위험을 유발하지 않았다면, 그것을 ‘안전한 행동’으로 분류하고 반복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습관 회로라고 불리는 선조체(뇌의 깊은 부분)는 반복 행동을 빠르게 자동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회로가 자주 활성화되면,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도 같은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죠.
실수를 반복할 때마다 "왜 그랬을까?" 하고 후회하잖아요. 그런데도 왜 뇌는 멈추지 않을까요?
좋은 질문입니다. 사실 후회는 우리가 이성적으로 실수를 인식했다는 뜻입니다. 이 과정에서 뇌의 전전두엽이 작동합니다. 전전두엽은 판단, 계획, 자기 통제력을 담당하는 고등 인지 영역인데,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로가 쌓이면 이 기능이 약해집니다.
그런 상황에서 뇌는 본능적인 판단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때 주도권을 쥐는 것이 바로 편도체입니다. 편도체는 감정, 특히 불안과 공포 반응을 빠르게 일으키며, 즉각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개입합니다. 결과적으로, 후회는 하면서도 비슷한 감정 상태에 처하면 또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감정이 실수 반복과 관계가 있다는 건가요?
맞습니다. 특히 감정 기억은 실수를 반복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뇌는 감정을 강하게 느낀 순간을 우선순위로 기억에 저장합니다. 이 과정은 해마(기억 저장소)와 편도체(감정 처리 센터)가 함께 작용하면서 이루어집니다.
문제는 이 감정 기억이 반드시 ‘논리적인 판단’과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누군가에게 실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다정하게 웃어줄 때 느꼈던 따뜻한 감정이 뇌에 더 강하게 남아 있다면, 같은 상황에서 또 신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감정은 기억보다 빠르게 뇌를 장악할 수 있는 강력한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결국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감정을 잘 다뤄야 하나요?
정확합니다. 감정 조절 능력은 실수를 줄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마음챙김 훈련입니다. 마음챙김은 순간순간의 감정을 비판 없이 관찰하고 인식하는 훈련으로, 전전두엽을 활성화시켜 감정의 자동 반응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화가 날 때 자동적으로 비난하거나 대립하는 대신, 그 감정을 관찰하고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라고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반응을 늦출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감정과 행동 사이의 ‘틈’을 확보하는 것이 실수의 반복을 줄이는 첫걸음입니다.
중독처럼 반복하는 행동은 왜 더 끊기 힘든가요?
중독은 뇌의 보상 회로와 관련이 깊습니다. 이 회로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쾌감을 전달하는데, 반복 행동(예: 스마트폰 확인, 도박, SNS, 쇼핑 등)을 통해 도파민이 자주 분비되면, 뇌는 그것을 ‘보상받는 행위’로 기억합니다.
문제는 도파민의 민감도가 점차 낮아지면서 더 많은 자극을 요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행동을 멈추고 싶어도 ‘만족’이 되지 않아 계속 반복하게 되는 것이죠. 의지력만으로 끊기 어려운 이유는, 이 회로가 무의식적으로 활성화되며 우리가 인식하기도 전에 행동을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실수’라는 게 정말 완전히 같은 건가요?
아주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겉보기에는 똑같은 실수처럼 보여도, 뇌 입장에서는 조금씩 다른 자극과 상황일 수 있습니다. 뇌는 항상 새로운 자극에 적응하려 하기 때문에, 그 미묘한 차이를 무시하거나 혼동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슷한 유형의 사람에게 반복해서 실망한다면, ‘이번엔 좀 다르다’는 희망이 뇌에서 새로운 기대를 생성하고, 그에 따라 감정 반응이 달라집니다. 이 기대감도 도파민 시스템을 자극해 우리로 하여금 ‘이번엔 괜찮을지도 몰라’라는 믿음을 갖게 하죠. 결국 반복되는 실수의 본질은 똑같더라도, 뇌는 매번 그것을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정말 실수를 줄일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뇌는 학습하는 기관입니다. 실수를 되풀이한다고 해서 뇌가 고정된 건 아닙니다. 뇌는 언제든지 새롭게 연결되고,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구조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를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부르는데, 반복적인 훈련이나 인지 습관의 변화가 뇌 회로 자체를 바꿀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 감정의 흐름을 인식하고 기록하기 (감정일기 쓰기)
- 반복되는 행동 패턴을 의식적으로 분석하기
- 새로운 대안을 미리 정하고 연습하기 (예: "이런 상황이 오면 이렇게 대응하겠다")
- 실패에 대한 자기 비난을 줄이고, 학습 기회로 전환하기
이러한 실천이 쌓이면, 뇌는 점점 자동화된 실수 회로보다 의식적인 판단 회로를 더 자주 사용하게 됩니다. 결국 뇌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어떤 선택을 연습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죠.
마무리하며
우리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는 단순한 나약함이나 무능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효율과 생존을 추구하는 뇌의 본성이며, 동시에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기도 합니다. 실수를 인식하고, 감정을 이해하고, 새로운 선택을 시도하는 그 순간부터 뇌는 변화를 시작합니다. 중요한 건 ‘실수를 줄이려는 의식적인 연습’을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늘도 뇌는 배웁니다. 어떤 실수를 반복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실수를 통해 성장하느냐가 결국 우리의 방향을 바꿔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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