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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왜 시험만 끝나면 다 잊어버릴까?" 기억의 구조와 단기기억 vs 장기기억

by fairbreak 2025. 4. 14.

기억의 구조와 단기기억 vs 장기기억

 

"시험 끝나자마자 머릿속이 하얘졌어"

“야, 방금 시험 봤던 문제 기억나?”
“진짜 하나도 안 나. 시험 끝나니까 싹 잊어버렸어…”

이런 대화를 해본 적 있지 않나요?
분명 며칠 동안 열심히 외웠던 내용인데, 시험이 끝나자마자 머릿속에서 증발해버리는 기분. 마치 머리가 ‘기억 리셋 버튼’을 누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죠.

이 현상은 사실 누구에게나 흔하게 일어나는 뇌의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접하지만, 뇌는 그중 극히 일부만을 장기적으로 저장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우리는 시험 끝나면 그렇게 잘 잊어버리는 걸까요?
이 글에서는 기억의 작동 원리,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의 차이, 그리고 기억을 오래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뇌과학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뇌 이야기를,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쉽게 설명해드릴게요.

 

기억이란 정확히 뭘까? 뇌가 정보를 저장하는 방법

기억은 단순히 “어떤 걸 떠올리는 것” 그 이상입니다.
기억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고, 저장한 뒤 다시 꺼내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과정을 크게 나누면 다음과 같습니다:

단계 설명 예시
인코딩 (Encoding) 정보를 입력받아 뇌가 이해 가능한 형태로 바꿈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말을 들음
저장 (Storage) 인코딩된 정보를 뇌 속에 저장 필기하거나 머릿속으로 정리함
인출 (Retrieval) 필요할 때 저장된 정보를 꺼냄 시험 볼 때 배운 내용을 떠올림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느끼게 됩니다. 특히 시험처럼 단기적으로 암기한 정보는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사라지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단기기억 vs 장기기억: 두 기억의 차이점

단기기억 (Short-Term Memory)

  • 지속 시간: 약 20초~30초
  • 용량: 5~9개 항목(‘매직 넘버 7’로도 알려짐)
  • 특징: 집중하지 않으면 금방 사라짐

단기기억은 마치 임시 저장공간처럼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말해준 전화번호를 곧바로 외우지 않으면 몇 초 만에 잊어버리는 것처럼, 단기기억은 일시적인 기억이에요.

장기기억 (Long-Term Memory)

  • 지속 시간: 수일~수십 년 이상
  • 용량: 사실상 무제한
  • 특징: 의미 있는 정보일수록 더 오래 저장됨

장기기억은 우리가 어릴 적 친구 이름을 기억하거나, 자전거 타는 법처럼 몸이 기억하는 습관을 말할 때 사용됩니다. 시험 공부한 내용을 장기기억으로 옮기지 못하면, 시험 끝나고 금세 잊어버리는 이유가 되는 거죠.

 

‘장기기억’은 일상 속에도 숨어 있다: 우리가 매일 쓰는 기억의 예시

생각해보면, 우리는 복잡한 수학 공식은 잘 잊어버리면서도 어릴 적에 즐겨 먹던 라면 조리법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뇌는 단순히 외운 정보보다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감정이 연결된 정보를 더 잘 저장합니다. 매주 끓여먹던 라면, 엄마가 알려준 순서, 맛을 기억하는 감각적인 경험까지 모두 장기기억으로 연결되어 있는 거예요. 반면 시험공부처럼 ‘잠깐 외웠다가 끝나는 정보’는 반복도 감정도 부족해 뇌 입장에선 ‘굳이 저장할 필요 없는 일회성 데이터’로 인식됩니다. 결국 기억은 암기보단 ‘의미’와 ‘경험’의 결과물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왜 빠르게 잊혀질까?

기억이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는 ‘망각곡선’을 통해 인간이 정보를 얼마나 빠르게 잊어버리는지를 수치화했습니다.

에빙하우스 망각곡선 요약

시간 경과 기억 잔존률
20분 후 약 58% 기억
1시간 후 약 44% 기억
하루 후 약 33% 기억
1주일 후 약 21% 기억

즉, 우리가 단기적으로 외운 정보는 하루가 지나면 3분의 2 가까이를 잊게 된다는 것이죠. 특히 시험 전날 벼락치기한 정보는 깊이 있는 인코딩이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시험이 끝나면 곧바로 사라지는 겁니다.

 

왜 어떤 기억은 오래 남고, 어떤 기억은 금방 사라질까?

장기기억으로 전환되는 데는 몇 가지 핵심 조건이 있어요:

  1. 반복 학습: 여러 번 복습하면 뇌의 시냅스 연결이 강화돼요.
  2. 감정과 연결: 감정적으로 중요한 사건은 더 오래 기억돼요. (예: 첫 사랑, 수능 날 등)
  3. 의미 부여: 단순 암기가 아닌 '이해'를 바탕으로 학습할수록 기억에 오래 남아요.
  4. 잠: 수면 중 뇌는 중요한 정보를 재정리해 저장합니다. 밤샘 공부가 비효율적인 이유죠.

 

예시로 보는 ‘기억에 오래 남는 공부법’

벼락치기: ‘인코딩’이 약해서 금방 잊힘

하루 전 날 밤, 요점만 보고 외운 내용 → 시험 직후 거의 다 망각

반복+이해 중심 학습: ‘장기기억’ 전환 성공

한 주에 3~4번씩 내용을 복습하고 예제를 함께 공부
→ 시험 후에도 내용이 머릿속에 남아 있음

이처럼 똑같은 공부를 해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뇌는 정보를 다르게 처리합니다.

"왜 시험만 끝나면 다 잊어버릴까?" 기억의 구조와 단기기억 vs 장기기억

 

기억력을 높이는 뇌과학 기반 팁 5가지

방법 설명
분산 학습 (Spaced Repetition) 한 번에 몰아서 공부하는 대신, 일정 간격을 두고 반복 학습
자기 설명 학습법 자신이 배운 내용을 말로 설명해보는 학습법
감각 활용 학습 시각+청각 같이 다양한 감각을 사용해 학습 내용 인식
충분한 수면 하루 7~9시간 수면은 장기기억 형성에 필수
운동 병행 가벼운 유산소 운동은 기억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킴

 

"기억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듬는 것이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모든 게 사라지는 건, 우리가 멍청해서가 아닙니다.
그건 뇌가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걸러내는 기능을 아주 잘하고 있다는 증거예요. 문제는, 우리가 ‘필요한 정보’라고 생각하는 걸 뇌는 그렇게 여기지 않을 수 있다는 거죠.

기억은 저절로 오래 남는 것이 아니라, 반복하고 이해하고 정리하면서 ‘장기기억으로 보내는 과정’을 통해 강화됩니다. 지금부터라도 벼락치기를 버리고, 뇌가 진짜 기억하고 싶은 방식으로 공부해보세요.
그렇게 하면, 시험 끝나도 머릿속이 하얘지지 않을 거예요.